연구원 약사

체험, 증언 그리고 전승에 대한 고민

천주교정의구련사제단(이하 사제단)은 창립 20주년(1994년 9월 24 ~ 26밀 기념회의)을 기념하여, 그간의 삶과
역사를 성찰하고 ‘지금 그리고 여기’의 교회에 대한 반성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성찰과 반성의 결과물이 기쁨과
희망사목연구원(이하 연구원)이라는 구체적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따라서 연구원의 근본적인 고민은
결국 사제단의 태동과 맥을 같이 한다. 즉 민족의 삶과 민중의 현실에서 교회는 과연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마태 12, 50)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처럼, 고난의 현장 속에서, 시대의 아픔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고통스러워하던 모든 이들을 위한
교회로 자리매김 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고난의 장이 골고타의 언덕이며, 그 위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워야
한다는 분명한 자각이 있었다. 사제단을 일깨운 시대의 현실은 고난인 동시에 은총의 체험이었다. 그러기에 그것은
소중한 체험을 남겨주었다.

우리의 신앙은 체험에 대한 전승이고 기억이며 고백이다. 마찬가지로 사제단의 체험도 신앙선조들의 모범을 따라
구체화되고 전승이 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연구원은 격동의 7.80년대를 살아은 사제단의 증언자료를 발굴하고
정리를 시작하였다. <<암흑 속의 횃불>>(이하 횃불) 발간은 그러한 시대의 증언을 가시화한 작업으로 1996년 6월
17일 연구원의 공식 창립일을 기하여 <<횃불>> 제1권이 발간되었다. 이후 제 8권까지 발간된 <<횃불>>은 7.80년대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회의 위상을 읽어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꼽힌다.

증언에서 선포와 봉사로

현재 연구원은 <<암흑 속의 횃불>>의 계속적인 발간과 함께 동료 사제들을 위한 강론자료집 <<선포와 봉사>>를
발간하고 있다. 일선 사제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인 ‘말씀 선포’에 충실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저자들의 강론 자료집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2000년 나해부터 현재). 7.80년대가 시대의 ‘증언’을 요구하였다면, 90년대를 넘어서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구체적인 ‘선포’가 요청되었다는 인식이 이러한 작업의 바탕이었다. 즉 강론자료집의 발간은 연구원의 출범이 “이상적인 교회 공동체’ 건설에 목적이 있으며, 그 교회의 건설을 위해 하느님 말씀의 올바른 선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데서 비롯되었다.

또한 연구원은 본래 과제인 신학적 성찰, 즉 연구작업의 일환으로 매년 민족 현실을 중심으로 교회의 현실을 반성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1998년 ~현재). 아울러 후원회와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기쁨과 희망> (1996년 11월 ~현재), 일선 사제들의 사목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함께하는 사목>(2004년 9월 ~현재)을 발간하고 있으며, 1997년부터는 심용섭 함세웅 신부가 중심이 되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서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상하반기로 매년 진행되는 이 성서강좌는 소식지인 <기쁨과 희망>과 함께 연구원의 정신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은총과 회개의 사순시기에 특강을 열고 있는데, 2000년부터는 이 사순특강 역시 연구원이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대화하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이다.

사제단의 역사가 민족과 민중의 고난에 동참하고자 하는 ‘증언의 역사’였다면, 이제 연구원은 시대의 징표 속에서
‘선포의 역사’를 열고자 한다. 사제단이 전국적인 사제들의 연대를 확인한 시간 속에서 기쁨과 희망의 근거를 발견하며 커다란 힘을 얻듯이, 모든 사제들의 중요한 사목체험은 연구원의 중요한 신학 원(?)체험의 토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새천년의 시기에도 사제단과 연구원은 상호보조 속에 그리고 계속적인 연대 속에 은총의 시간을 나눌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내려온 전승을 문자화하고 자료화하고 신학화하는 연구원의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반성과 전망을 찾아서

이제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연구원은 보다 진지하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교회공동체의 선취를 위해 반성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이것은 우리가 제기하는 신앙의 물음이 삶의 현장에 뿌리를 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물음에 답하는 과정을 분명 보다 구체성을 지닌 결과물을 요청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한국 신학계의 전반적인 반성을 통하여, 세계와 한국 신학계에 비추어 본 우리의 가톨릭 신학의 현실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신학적 반성은 한국 교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모색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우선 전문적인 신학 학술지 발간을 통해 신학사상의 진보를 이끌고자 한다. 아울러 기획하고 있는 신학총서 작업은 계속적인 이론적 반성과 실천적 전망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려는 노력이다. 새천년의 교회를 맞이하면서 많은 담론들이 오고 갔다. 한국 교회의 현실에 여전히 요청되는 것은, 세상과 교회를 매개하는를, 즉 신학적?사목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올바르고 유효한 신학적, 사목적 패러다임은 시대의 징표 그리고 세상과의 연대를 이루는 데 있어 의미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순교자들과 선열들의 삶을 본받고 부족한 점을 반성하는 교회공동체를 실현하고, 민족과 함께 하며 세상 속에 뿌리내리는 교회공동체를 지향하고, 시대의 징표를 읽고 실천하는 시대의 길잡이가 되고자 합니다.